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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거장의 기원 : 소다 카즈히로 감독 기획전

9회 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사회복지 관련 문제의식을 담은

1990년대 TV 다큐들로 <거장의 기원> 섹션을 신설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극영화와 연결되는 지점과 함께,

당대 일본의 사회복지 의제들을 담아내는 시의성이 돋보였던

9회 영화제 <거장의 기원>은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의 한계를 넘는

시도로 족적을 남겼다고 자평해 봅니다.

 

10회 영화제에서 <거장의 기원> 섹션으로 두 번째 소개하려는

미래의 거장은 소다 카즈히로 감독입니다.

 

2012 34회 낭트 3대륙 영화제 청년심사위원상

2011 35회 홍콩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인도주의자상부문 최우수상

2009 니옹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상

2009 마이애미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2009 33회 홍콩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인도주의자상 우수상

2008 두바이 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2008 13회 부산국제영화제 피프 메세나상

1995 캐나다국제영화제 특별상

 

등의 굵직한 족적을 이미 기록하고 있는 1970년생 장년의 감독은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하지만 다큐멘터리 역사에선 주요 표현방식인

다이렉트 시네마 형식으로, 감독의 특별한 개입보다는 마치 촬영하는

카메라가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풍경을 관찰합니다.

 

무심해 보이지만 예민한 을 가지고 당대의 사회적 쟁점과 연결되는

유려한 촬영과 치열한 장기간의 편집작업을 통해 펼쳐지는 소다 감독의

다큐 세계는 근래 특히 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연구되는 중입니다.

 

그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이미지를 통해 일본사회에 대한 다양한 쟁점들,

과거 침략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기억과 현대사회의 고령화와 정신질환들,

지방 소멸의 풍경과 단일민족신화를 붕괴시키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단면들을 보물찾기하듯 감상할 시간입니다.

 

국내 유수의 영화제들에서 1편씩 단발로 소개되었던 소다 감독의

작품들을 큰 맘 먹고 그러모아 이번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거장의 기원> 섹션을 통해 비록 규모는 작고 한계는 있더라도,

지역의 소규모 영화제가 독자적인 시선으로 기획하는 프로그램의

유효성을 계속 실험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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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Mental

2008 | 일본, 미국 | 135’ | HD | 12세관람가감독 소다 카즈히로

 

차기작 <평화>의 배경이기도 한 오카야마 지방에는 코랄 오카야마

정신건강 상담소가 있습니다. 여러 사연을 가진 마음 아픈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클리닉을 받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최신의학기술보다는 현대사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친구처럼, 이웃처럼

대해주는 의사와 직원들, 자원봉사자와 환자들이 북적거리는 공간을

관찰영화로 담아낸 기록입니다.

 

특히 요즘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신질환이 범죄와의 연결이나

사회적 공포로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현대사회의 산물인 이런 정신건강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고찰해볼 계기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작품입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2008) 수상(비프메세나상)

33회 홍콩국제영화제(2009) 수상(다큐멘터리 인도주의자 경쟁-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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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Peace, Peace

2010 | 일본, 미국, 한국 | 75’ | HD | 전체관람가감독 소다 카즈히로

 

일본 세토 내해에 인접한 오카야마 지방 시골 주택에는 사람과 고양이가

어우러져 지냅니다. 은퇴 후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부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웁니다. 부부가 돕는 이들은 각자의 사연들을 들려주고,

과거의 전쟁에 대한 기억과 역사적 배경들이 흘러나옵니다.

 

자연은 각자 평화를 누리며 공존하지만 안온한 듯 보이는 풍경 속에도

과거의 잔혹한 기억들은 여전히 웅크리고 있습니다.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관찰자적 시선이 돋보이는 다큐입니다.

 

2DMZ국제다큐영화제(2010) 초청(개막작)

11회 도쿄필멕스국제영화제(2010) 수상(관객상)

35회 홍콩국제영화제(2011) 수상(다큐멘터리 인도주의자 경쟁-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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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2011 | 일본 | 3‘ | HD | 전체관람가감독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대사 없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주거에 대한 시적 연출이 돋보이는 단편다큐입니다.

 

인간의 주거와 마을 주변의 여러 생물들의 보금자리 풍경을 교차해

시적인 영상 속에서 부동산 가치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주거에 대한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짧지만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9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2011) 초청(3.11 센스 오브 홈 필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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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공장 Oyster Factory

2015 | 일본, 미국 | 145‘ | DCP | 전체관람가감독 소다 카즈히로

 

우시마 섬은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소다 카즈히로 감독은 일본을 구성하는 섬들 혼슈, 시코쿠, 규슈 사이

내해에 위치한 우시마 섬을 자주 찾습니다. 부인이 그 동네 출신이거든요.

 

세토 내해라 불리는 이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는 잔잔하고 날씨도 비교적

온화한 편이라 양식업이나 해조류 채취가 주요한 생업이 됩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전되고 변두리 작은 섬들에서 도회지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화되어 요즘 섬에서 젊은이들 보기가 힘듭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화되면서 섬의 주력산업인 굴 양식장에는

고육지책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데려오는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중국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섬 곳곳에서 조용한 갈등과

변화가 속속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극적인 상황이

그리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수백 년간 이어져온 고즈넉한 섬마을에서는

큰 격변일 것입니다.

 

감독은 그저 그런 굴 양식장 풍경을 특별한 개입 없이 관찰했을 뿐인데

그 안에 일본(은 물론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농어촌 사회의) 고령화와

부족한 저임금 3D 업종에서 노동력 필요에 의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광활한 소우주처럼 펼쳐지는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기회입니다.

 

34회 밴쿠버국제영화제(2015) 경쟁(& 호랑이)

37회 낭트 3대륙 영화제(2015) 경쟁(국제경쟁)

4회 사람사는세상영화제(2017) 초청(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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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마을 Inland Sea

2018 | 일본, 미국 | 122‘ | HD | 전체관람가감독 소다 카즈히로

 

<굴 공장>에 이어 우시마 섬을 배경으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작에선 섬에 닥친 다양한 변화의 풍경이 주요 관찰대상이라면,

<항구 마을>에서는 원래 거주하던 주민들은 늙어서 자연스레 사라져가고

고양이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공간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지방 소멸을 맞이하고 지난한 생을 정리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각자의 지난한 삶의 기억과 함께 서정적 정취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여전히 잔존한, 도회지에선 보기 어려운 오지랖과 훈수들,

티격태격하지만 뭔가 정감 있는 과거의 자취들도 간간히 눈에 띕니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섬 생태계에서는

일종의 침입자이기도 합니다. <굴 공장><항구 마을> 연작의 무대인

우시마 섬 풍경에서 ‘’-스틸러역할읗 맡은 귀여운 고양이들이 한국의

남해 섬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유의 생태계에 대해선 외래종이

분명한 고양이들의 존재를 음미한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18) 초청(포럼)

19회 전주국제영화제(2018) 초청(시네마페스트)

31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8) 초청(베스트 오브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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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소다 카즈히로 감독을 영화제 여건상, 그리고 작년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유럽, 그리고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기획전과 상영회들이 이어지고 있어 초대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관찰 다큐스타일로 함께 비교해가며 감상할만한 국내장편다큐

섹션의 민환기 감독 작품 <제주 노트>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가 주말에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4/6() 19:15 상영 후)

 

또한 4/6()-7() 주말 양일간 이번 섹션 5편의 상영작 1차 상영 후,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소속으로 근래 다양하게 비평 및 연구활동으로

주목받는 이도훈 평론가의 <<소다 카즈히로의 작품세계>> 시네토크를

4/7() 16:00 <항구마을> 상영 후 마련해 아쉬움을 다소 달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