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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단편극 2] "복지의 표정들" : 연옥에서의 어느 하루

앞에서 소개한 [단편극 1]이 극한의 지옥도를 보여준다면,

[단편극 2]는 각 작품이 보여주는 참 먹먹한 상황에 대해

옆에서 감히 함부로 훈수하거나 아는 척하기 힘든 조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부제가 연옥에서의 어느 하루입니다.

 

뜨거운 지옥에 비하면 많이 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현실에서 더 접할만한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여운이 남을법한 작품들로 구성된 섹션입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답하거나 정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관객들은 그저 스크린 화면에 펼쳐지는

영화를 볼 뿐인데 보기만 해도 피곤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되어 간접체험을 해본다면, 내가 평소에 주변의

친구나 이웃들이 힘들어할 때 별 생각 없이 툭툭 던지던

쓸데없는 오지랖이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혹은 그저 내 일

아니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던 무관심으로 쉽게

지나치곤 했던 그런 일들이 끈질기게 따라와 상처를 마치

후벼내듯 펼쳐질 것입니다.

 

[단편극2]의 세 작품을 보고 나면, 불편한 기억이 떠오르거나

누군가에게 못내 미안해지는 추억들이 생각날지 모릅니다.

 

그저 나에겐 짜증나거나 잠깐 불편할 뿐이었지만 상대방은

절박하거나 크게 상처받았을 법한 그런 일들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나타난다면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또는 두 눈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남에게 뭐라 할 때는 일단 한번

더 심사숙고하게 될 것입니다. 제대로 영화를 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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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이미지 | Korea | Drama | 2018 | 18min |

HD | color | 12세이상관람가

 

하루 동안 장애인 엄마와 비장애인 어린 딸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시련은 다소 있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동화 속 이야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모녀는 소리 나는 신발로 서로 소통하고 촉감을 통해 교감을 하지만

종종, 아니 자주 어긋나고 엇갈리게 됩니다. 그런 의사소통 과정도

동정과 연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주변 이웃들에게는 조롱이나

짜증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그런 차가운 세상에서 과연 모녀의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청년이 친부모를 찾기 위해 택시기사로 일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 <눈부신 밤>(2011), 자신을 배달해달라는

노인의 요청을 받은 택배기사 고생담 <박스>(2015), 뱀파이어 자식을

먹여살려야하는 어머니의 분투 <맘마>(2015) 등의 단편작업을 해온

이미지 감독의 신작입니다. 감독과 주연배우 모두 대구 출신으로

오랜만에 본인 영화를 갖고 고향으로 귀환하는 셈입니다.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018) 초청(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19회 장애인영화제(2018) 수상(대상)

5회 가톨릭영화제(2018) 수상(관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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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Down>

이우수 | Korea | Drama | 2018 | 29min |

HD | color | 12세이상관람가

 

꽤 늦은 나이에 2세 탄생을 기대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물건도 고르고 계획도 짭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어날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판정이 떨어집니다.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 부부는 매 순간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게 됩니다. 과연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누가 이 부부의 선택에 대해 함부로 평할 수 있을까요?

 

출산율 저하 때문에 인구절벽이니 한민족이 소멸할 지경이니 하며

대책을 논한다 하지만 정작 평범한 시민들은 이 작품이 다루는 그런

고민이 절박하기만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국가나 대의를

명목으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할 시절은 지났으니 영화 속 부부에게

한국의 사회복지는 힘이 되어줘야 할 따름입니다.

 

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 경쟁(와이드 앵글-한국단편 경쟁)

44회 서울독립영화제(2018) 수상(독립스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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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Mina>

박우건 | Korea | Drama | 201824min

HD | color | 12세이상관람가

 

미나는 교통사고로 온 가족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부모 잃은 소녀에게 주변은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천애고아가 된 미나를 무시하거나 괴롭히기만 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며 묵묵히 버텨내던 소녀에게 느닷없이

8년 만에 자백한 교통사고 가해자가 사죄하겠다고 합니다.

 

담당형사의 종용으로 미나는 끌려가듯 가해자의 집으로

향하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환경에 두리번거립니다.

 

세상은 일방적으로 소녀에게 화해하라고 강요합니다.

그런 종용에 미나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왜 한국사회에서 피해자는 항상 용서와 포용을 강요당하는 걸까요?

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화해를 요구하는 게 당연시될까요?

 

이 작품은 그런 기이한 문제에 대해 두 번은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주연을 맡은 심달기 배우의 강렬한 연기는

2019년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평가받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위력을 보여줍니다.

 

19회 전주국제영화제(2018) 경쟁(한국단편경쟁)

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2018) 경쟁(국내경쟁-비정성시)

20회 정동진독립영화제(2018) 초청(상영작)

12회 여성인권영화제(2018) 경쟁(피움초이스)

5회 가톨릭영화제(2018) 경쟁(CaFF 단편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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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9:30 상영 후 <단편극 2> 섹션 상영작 3편 중

 

첫 번째 상영작 <터치>

 

이미지 감독

 

김현정 배우

 

두 번째 상영작 <다운>의 이우수 감독

 

마지막 상영작 <미나>

 

박우건 감독

 

임호준 배우가 참석해 10회 영화제 부대행사 중 가장 많은

게스트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