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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해외다큐 : 복지의 소외된 공간들

 

StartFragment <개를 위한 민주주의>

 

 

이번에 소개할 섹션은 아마 대구사회복지영화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가장 전형적으로 상상할 영화제 상영작에 가까울 그런

작품들입니다. ‘영화매니아혹은 시네필이라 불리는 분들이 아니라,

평소에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거의 볼 기회가 없는 그런 평범한

사회복지계 종사자나 시민단체 회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관객으로

우선 상정하는 주제 영화제이기 때문입니다.

 

교육 혹은 계몽적인 성격으로 출발한 커뮤니티 행사가 영화제화된

것이다 보니 작품들이 그래서 주제성이 돋보이거나 강한 사회적 발언이

두드러지는 게 당연시되어왔습니다.(물론 고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이번에는 복지와 정치”, “환경과 복지등으로 구분되어왔던

해외작품 섹션을 통폐합해 <복지의 소외된 공간들>이라는 틀로

소개합니다. 개막작 <개를 위한 민주주의>를 포함해 총 7편의

다큐멘터리를 관객들 앞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 해외다큐 섹션의 포커스인 복지의 소외된 공간들

아직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사회복지 과제들의 첨단으로

관객들을 인도합니다. 자본주의 탐욕이 세계를 뒤덮은 가운데

국가행사 명목으로 원주민은 터전에서 쫓겨나고 (“예외상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군대로 끌려가고 (“애국시민 사관학교”),

각국의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고 변두리로 내몰리는 거리의

노숙자는 늘어만 갑니다. (“개를 위한 민주주의”)

장애인은 경제가 어려우면 천덕꾸러기 취급받기 십상이며

(“손으로 말하기까지”),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노동자들은 정부가 지켜주진 못할망정 기업과 유착하는 바람에

노동탄압에 시달리며 (“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가난한 평등 대신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분화가 한창 일어나는 중입니다. (“플라스틱 차이나”)

난민들은 불안정한 유예상황에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이며,

(“기다림”), 이 작품들에서 펼쳐지는 세계 곳곳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도 닥쳐왔거나 곧 대문 앞에 도달할

쟁점들입니다. 그저 문을 걸어잠그고 외면한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애국시민 사관학교>, <예외상태>,

<기다림>, <손으로 말하기까지> 다섯 작품은 서울인권영화제 지원으로

수어통역 화면이 작품 상영시 기본 제공됩니다.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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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차이나 Plastic China

2016 | 중국 | 81‘ | DCP | 전체관람가감독 왕구량

 

중국사회의 분화가 교외지역 플라스틱 재활용공장 구석에서 펼쳐집니다.

우리가 버린 폐기물이 산업재료로 재탄생하는 공정 속에서 농민 출신의

사장과 직원 가족은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점점 다른 계급으로

분리되기 시작합니다.

 

개인의 노력과 시류를 읽는 타이밍으로 신분상승의 욕망을 꿈꾸는

소수와 상시적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농민공의 삶을 이어가는

다수의 분리과정 풍경은 앞으로 밀어닥칠 사회갈등의 위협을 과연

중국이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괜히 걱정하게 만듭니다.

이제 중국의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 지 오래이니까요.

 

이 작품은 환경문제를 다루는 영화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이 작품을 사회복지와 교육문제로 접근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비하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 중국산이

없이는 세계자본주의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그런 엔진같은 존재인

중국의 현대 풍경이 각인됩니다.

 

29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2016) 수상(데뷔 다큐 심사위원특별상)

33회 선댄스영화제(2017) 경쟁(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경쟁)

33회 로스앤젤레스 아시안퍼시픽 영화제(2017)

수상(촬영상, 심사위원대상 국제장편다큐멘터리경쟁)

14회 서울환경영화제(2017) 수상(국제환경영화경선-대상)

15회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 영화제(2017) 수상(심사위원특별언급)

54회 금마장영화제(2017) 수상(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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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Complicit

(번역, 자막, 수어통역 burned in)

2017 | 중국 외 | 89’ | HD12세관람가감독 헤더 화이트, 린 장

 

삼성반도체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스러져간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한

싸움 끝에 근래 사회적으로 조명되고 뒤늦은 보상과 대안마련이

이뤄지기에 이르렀습니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20134회 영화제

폐막작으로 관련 문제를 다룬 <탐욕의 제국>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아직도 산업재해 유발순위 상위권이라는 부끄러운 처지이지만

그나마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여러 일과 꾸준히 관련 문제를 제기한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의 지대한 역할은 느리긴 하지만 약간의 개선을

이루고 있지요. 하지만 한국의 뒤를 이어 후발산업화 주자인 중국에선

우리 사회가 겪었던 것들과 비슷한 일들이 현재진행형입니다.

 

전태일 생전의 봉제공장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저가상품의 메카

중국의 전자제품 공장은 전 세계에 저렴한 가격의 부품을 유통해주지만,

그 공장은 열악한 환경과 저렴한 농민공 노동력으로 지탱됩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위해 노동자들은 희생되어갑니다.

산업재해 피해자와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런 참상을 막아보고자 사회적

문제제기에 힘쓰지만 경제발전이 공산주의를 대체한 지 오래로 보이는

현재의 중국에서 그 길은 무척 험난하고 멀게만 보입니다.

 

23회 서울인권영화제(2018) 초청(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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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시민 사관학교 America's Little Soldier

(번역, 자막, 수어통역 burned in)

2017 | 프랑스 | 52’ | HD전체관람가감독 마르졸렌 그라프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유산인 교련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바다 건너

미국의 주니어 ROTC 생도들이 낯설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베트남전쟁 이후 모병제로 전환한 미군은 21세기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양면 전쟁을 수행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한국에도 미군이 모병지원을 위해 입대희망자를 모집하려 컴퓨터 게임을

제작하는 게 가끔 해외뉴스로 올라올 정도로 다양한 방도로 군 입대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군인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한 청소년 ROTC 조직은 학자금 지원과 복지 혜택 등을 내걸고

어린 학생들을 모병자원으로 확보해 국가에 대한 충성 고취와 군사훈련에

매진합니다. 학교마다 현역 군인이 모병자원 관리를 위해 파견되고,

10대 청소년들은 애국시민으로 육성되는 중입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미 체결된 계약에 따라 군대에서 일정기간 이상 복무해야 합니다.

자랑스러워하던 애국시민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들 애국시민들은 특이하게도 대다수가 이민자 2세이거나 사회적으로

빈곤한 흑인이나 히스패닉 가정 자녀들입니다. 백인들의 개척정신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는 미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23회 서울인권영화제(2018) 초청(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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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상태 State of Exception

(번역, 자막, 수어통역 burned in)

2017 | 브라질 외 | 88‘ | HD | 12세관람가감독 제이슨 오하라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

남미의 대국 브라질은 2014 월드컵과 2016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한창입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던

‘88’올림픽처럼 거대한 규모의 토목건설공사와 도시 재개발이 진행됩니다.

 

그 속에서 사회적 하류계층인 선주민 인디오들과 우리가 지리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파벨라빈민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국가사업이라는 명목아래

공권력에 의해 시민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를 침해받는 예외상태에 떨어집니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 강제집행 와중에 주민들은 분열되고 싸우는 이와

포기하는 이들로 나뉘기 시작합니다. 약간의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만

결국 합의는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화려한 스포츠 경기장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바깥에선 예외상태에 놓인 이들의 저항이 기약은 없지만 끈질기게 펼쳐집니다.

 

7회 어바인국제영화제(2018) 경쟁(장편다큐멘터리)

23회 서울인권영화제(2018) 초청(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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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The Wait

(번역, 자막, 수어통역 burned in)

2016 | 덴마크 | 58’ | HD | 전체관람가감독 에밀 랑발

 

난민소녀는 가족과 함께 덴마크에 머물며 학교를 다니고

풋볼선수로 활약하며 친구들과 전형적인 십대소녀로 어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가족은 망명 신청 후 몇 년째 막막한 기다림만 이어집니다.

이미 수년째 생활하며 덴마크 사회에 동화된 소녀에겐 고향으로 불리는

아프간에 대한 기억이 오히려 희미해지려는 참입니다.

 

가족은 운이 좋아 덴마크에 머물 수 있다고 좋아하지만 그 신분은 전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소녀와 가족들은 관공서 전화 한 통에 긴장하고

두려워하며 불안한 기다림을 이어갑니다.

 

5회 디아스포라영화제(2017) 초청(디아스포라 인 포커스 | 난민: 환대와 연대)

22회 서울인권영화제(2017) 초청(상영작)

30회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2017) 초청(IDFA 스쿨 프로그램)

24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2018) 수상(청년 심사위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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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수어통역 burned in)

2016 | 오스트리아 | 89‘ | HD | 전체관람가감독 다리우시 코발스키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각자 농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모으고 나누며 영화를 볼 관객에게 전합니다. 그 중에서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일부인 장애인의 권익을 보장받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수어를 쓴다는 걸 숨기지 않고 커밍아웃하는데 용기를 내는 이도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농인의 존재를 감추지 않고 당당해지려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삶 속에서 전해집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등장해 수어를 배우는 풍경을 펼치는 장면들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장애인과 수어는 특별하거나 신기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당연한 일부분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66회 트렌토영화제(2018) 초청(유로라마)

23회 서울인권영화제(2018) 초청(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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