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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소개

한국독립장편다큐 : 역사적 맥락으로 보는 공간’들‘

 

독립다큐멘터리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의 주제의식과 맞닿은

문제작들을 꾸준히 제시해 왔습니다.

 

<아파트 생태계>는 부동산 가치가 모든 것의 우위에 선

한국사회의 기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근원을 탐구합니다.

 

<제주노트>는 제주도의 역사적 미래를 통합적으로 보여줍니다.

 

폐막작 <졸업>을 포함해 10회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3편의

독립장편다큐들은 공간에 대한 과거-현재-미래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짚어주는 통찰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아파트 생태계 Ecology in Concrete>

정재은 | Korea | Documentary | 2017 | 80min |

DCP | color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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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의 건축 다큐 연대기에서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에 이어 3부 격인 <아파트 생태계>

아파트 민족이 탄생하는 장구한 과정을 선보입니다.

 

 

1960년대 말, 당시만 해도 종로-을지로-명동 일대의 4대문

안 중심이던 서울이라는 도시를 경제개발과 함께 대도시로

새롭게 변신시키기 위해 의욕적인 관료들과 거대한 계획도시

건설을 꿈꾸던 건축가들이 밀당을 벌이며 수십 년 동안 때론

갈등하고 때론 협력하며 장구한 도시 역사를 조성합니다.

 

 

그 장대한 서울의 도시계획 변천사를 통해 우리는 근현대사,

압축근대로 불리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다는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역사를 간접체험하고,

야심찬 서울의 3축 구성(지하철 2호선 축선으로 완성되는)

통해 허허벌판이던 여의도와 신림, 잠실 일대가 지금처럼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시로 몰려든 중산층에게 주거공간으로 아파트라는

건축양식이 제시되고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의 한국형 아파트

건설과 주거문화가 자리잡아가는 문화인류학/사회학적 성찰이

이어집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정재은 감독은 비록 축복받으며 태어나서

자라지는 못했을지언정 아파트라는 공간이 갖는 역사성과

그곳에서 명멸해간 부모세대와 현재를 이어가는 세대들에 대한

기록물을 계속 이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일방적 대규모 건설계획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아파트란 공간에 얼마나 다채로운 요소가

결합되고 상호 작동하며 아파트 민족을 창조하고 자체적인

생태계로 완성되었는지를 관객은 깨닫게 됩니다.

 

 

몇 세대 전에 지어진 초창기의 대규모 계획 아파트 단지는

이제 재개발에 한창 들어가는 중입니다.

 

과거의 도시계획 역사에 대한 고찰은 이제 부동산 가격에

목숨을 거는 현 세대의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공공적인 요소를 중시하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일단

도시로 밀려든 인구/주거대책을 세워야 하기에 개개인이

중산층이 되고픈 욕망과 사적 부담에 의지해 만들어진

이름만 들어도 잘은 모르지만 들어는 본 서울 유수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염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성찰은 이후의 주거와 건축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정재은 감독은 건축다큐 4번째 작품으로

둔촌주공아파트와 그곳에 살던 우리가 놓쳐왔던

주민들, 둔촌고양이들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아마 영화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를

통해 건축 연대기로 훗날 불리게 될 감독의

네 번째 시리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9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2017) 초청작(개막작)

22회 부산국제영화제(2017) 초청작(와이드 앵글)

43회 서울독립영화제(2017) 초청작(특별초청_장편)

15회 서울환경영화제(2018) 경쟁작(한국경쟁)

15EBS 국제다큐영화제(2018) 초청작(꿈꾸는 도시, 그리고 건축)

13회 파리한국영화제(2018) 초청작(페이사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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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노트 Jeju Note>

민환기 | Korea | Documentary | 2018 | 94min | DCP | color |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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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제주를 4.3으로 기억합니다.

누군가는 제주를 강정마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수학여행과 관광지로 기억할 것입니다.

 

<제주노트>는 개입하지 않고 관찰하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3개의 기억을 연결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다이렉트 시네마에

충실한 작업 스타일로 정진하는 민환기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지요.

 

과거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작동되며, 역사와 단절된 미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주 이민 열풍이 쇠락하는 시점에서 이 작품은 다양하게

살펴볼 이야기꺼리들을 매우 풍성하게 선보입니다.

 

크게 3개의 시간과 공간 축이 존재합니다.

 

 

4.3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대개 한국독립다큐에서 피해자의

어렵게 끄집어내는 목소리 위주로 소개되어 왔던 게 아닌,

 

진압하는 쪽에 있던 노인이 이제는 지역 유지가 되어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내며 외지에서 건너온 젊은이와

친구가 됩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오지랖 넓은 노인은

그러나 과연 그저 보이는대로일까요?

 

 

카메라는 답을 요구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런

기이한 분위기를 관찰해 보여주기만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의 연상과 사고는 통제 없이

뻗어나가게 되지요. 대신에 정해진 문법에 충실한 게

편한 관객이라면 당혹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강정해군기지 건설 반대 싸움에 결합했던 제주도

토박이 주민이 등장합니다. 여전히 그는 싸우지만 세상은

이미 해군기지가 들어섰으니 강정마을을 기억에서 지우는

중이고, 지역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화되어갑니다.

 

 

난개발과 이주가 거듭되는 제주도의 지자체 행정과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의 충돌 역시 현재형으로

거듭됩니다.

 

 

 

관찰하는 카메라는 그런 풍경을 시간을 넘어서

제주도라는 공간을 거대한 역사 풍경화로 그려내듯

유장하게 옮깁니다.

 

몇 몇 이미지들은 기존에 한국독립다큐가 접근하지

못했거나 다루지 않으려는 순간을 포착해냅니다.

 

 

그렇게 이 작품은 관찰의 위력으로 복합적인

정치/역사적 텍스트로 완성되었습니다.

 

민환기 감독은 4(2013) 영화제 상영작 <불안>

(이후 미스터 컴퍼니로 제목을 변경해 극장개봉함) 이후

두 번째로 대구사회복지영화제에서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다이렉트 시네마형식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관련된 다큐 형식을 미학적/사회적

맥락으로 확장시켜내는데 지속적인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는

민환기 감독의 이전 작업들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

<불안>(2012),

<뜻밖의 수업>(2014) 등이 있습니다.

 

또한 중앙대학교 영화학과에서 극영화 다큐멘터리 안 가리고

주목해야 할 미래의 작가들을 양성하는데도 많은 몫을

맡고 계시기도 합니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했던 <불안>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최고상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될 <제주노트> 버전은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와

다르게 대폭 상영시간이 변경되고, 주요 에피소드 전개순서도

확 바뀐 전면 재 편집 버전입니다.

 

 

이미 보신 소수의 다큐 열혈관객과 관계자분들은 비교해가며

다시 보셔도 좋고, 아직 안 보신 다큐 애호가들은 꼭 보시길

권하는 작품입니다.

 

19회 전주국제영화제(2018) 초청작(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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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링크된 게시물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https://socialwelfarefilmfestivaldaegu.tistory.co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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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다큐> 상영작 관객과의 대화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노트>4/6() 19:15 상영 후 민환기 감독

 

 

<아파트 생태계>4/7() 19:30 상영 후 정재은 감독

 

 

 

<졸업>4/10() 19:00 상영 후 박주환 감독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습니다.